티벳 사원 순례를 떠나며
이제 먼길을 나설터.
어쩌면 돌아오지 못할 길일지도 몰라.
아니 돌아오지 못할 길이면 좋겠어.
오늘부터 방문하게 될 수많은 사원 중에,
어디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한달이고 일년이고 머물고 싶어.
오늘부터 내가 가야할 길이 어떤지 나는 너무도 잘 알지만,
하늘과 구름이 오늘도 다른 모습으로 보여질것이기에,
그곳이 그리 익숙하다고만은 할 수 없을것 같아.
길에서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까?
길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민드롤링 곰파에 가면 환하게 웃어주던 스님이 그대로 있을까?
이번에도 그의 공방에 초대를 받아 내가 찍어준 그의 사진을 보여줄수있을까?
쌈예 곰파의 아침 예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경건하겠지?
드리궁틸 곰파에서 바라보던 하늘의 별은 모든이들을 감동시켜 줄 것이고,
추운 밤을 보내며 맞이한 남쵸의 아침은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빨아들였으면 좋겠어.
이제 길을 떠나려 해.
그 길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어있다고 해도,
나는 어쩌면 그 길에서 영원히 되돌아오지 못할지도 몰라.
1. 그들을 맞이하러 간다.
티벳 사원 순례가 시작되는 곳은 중국의 청두(成都).
그들을 맞이하러 출발해야 했던 곳은 티벳의 라싸.
결국 비행기를 타고 청두로 내려가 기차를 타고 라싸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라싸 공항의 중국국제항공공사 Air China 항공기.

라싸에서 이륙한 비행기에서 바라 본 풍경.

잠시 후 구름에 뒤덮혀 설산은 보이지 않았다.
라싸에서 청두로 가던 비행기는 구름 아래 설산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비행 내내 기류 변화로 인해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겨우 90분 청두 공항에 비행기가 도착했고,
함께 했던 이들이 떠나고, 새로운 이들을 만났다.
새로운 이들은 개인적인 친분이 가득한 사람들이다.
서울이 아닌 청두 공항에서 그들을 만나며 티벳 사원 순례가 시작됐다.
2. 추억의 교통반점
티벳 투어에서 내가 담당하는 곳은 라싸부터 라싸까지의 일주일이다.
때문에 청두로 도착하는 투어 팀들이 묵는 호텔이나 공항 픽업은 내가 신경쓰지 않게 마련이다.
티벳 사원 순례는 청두에서 기차를 타야했기에 투어의 시작도 청두가 됐다.
어디서 묵는지, 기차 시간이 몇 시인지 청두에 도착해서야 알게 됐다.
미팅을 도와주던 담당자가 우리가 묵게 될 호텔이 교통반점이라고 했다.
영어로 Traffic Hotel이라 불리는 곳은 90년대 청두를 여행하는 배낭족들이 반듯이 들리던 곳이다.
지금처럼 청두에 다양한 유스호스텔이 없던 시절,
외국인이 머물 수 있는 유일한 도미토리를 제공하던 곳이 바로 교통반점.
더불어 라싸로 향하는 비행기표와 여행 허가를 발급해 주던 여행사를 갖고 있기에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곳이다.

그 곳에서는 오래된 기억들이 남아있었다.
‘교통반점’이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지난 시간들의 기억들이 새록새록해 졌다.
10년 가까이 기억에서 지워졌던 공간은 예전 모습 그대로 나를 반기고 있었다.
여행이 삶의 전부였던 20대 중반,
딱딱한 의자 칸 야간 기차를 20시간 타고 도착했던 교통반점.
피곤해 하던 내게 '그런 미친 짓을 왜 했냐'며 어서 자라던
같은 방을 써야했던 유럽 여행자의 나지막한 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하다.
3. 청두, 쓰촨성의 성도(省都).
쓰촨은 한국식 발음으로 하면 사천(四川)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매운 음식의 본고장, 쓰촨.
그 곳에 도착한 이상 ‘훠궈’를 먹어줘야 했다.
교통반점에 짐을 풀고 처음 여행이라도 나온 사람처럼 들떠있었다.
일행들과 함께 청두 밤거리를 걷는다.
매콤한 냄새가 골목 골목에 가득했다.
호텔 리셥션에서 추천한 훠궈 집을 찾긴 했지만 이미 문을 닫은 시간이었다.
훠궈 대신 길거리 노점에 앉아 꼬치구이식 훠궈를 즐긴다.
날은 더웠고 음식은 매웠으며 맥주는 시원했다.
그리고 우리들은 어제 헤어졌던 사람처럼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떠들기 시작했다.


사천성에 가면 매운 음식을 먹자.
4. 인간들, 인간들. 그 많던 인간들.
쓰촨성은 총칭(重庆)이 특별시로 분리되기 전까지 한 개 성에 인구 1억이 넘게 살던 곳이다.
중국을 대변하는 인간들이 가득한 성이 바로 쓰촨성.
티벳과 달리 인간들의 소음이 밤에도 가득하다.
일행들과 같이 관광지를 가는 대신 투어리스트 버스를 타고 청두 시내를 한바퀴 돌았다.
개방형 2층 버스에서 보이는 청두 시내의 쇼핑 몰들과
거리를 건너는 인간들의 모습이 2시간 동안 끊임없이 보였다.

투어리스트 버스는 교통반점 앞에서 출발했다.

재미없는 빌딩 숲이 도시를 이루고 있다.
교통반점 앞의 카페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맛없는 카푸치노를 마시며 잡지를 보고 있는 사이
동행들이 과일을 잔뜩 사들고 돌아왔다.
이른 저녁으로 훠궈를 먹어줘야 할 차례다.
쓰촨에 온 이상 한 번은 먹어줘야 하는 훠궈.
지금까지 맛 본 훠궈 중에 가장 매운 훠궈였다.
미각을 완전 마비시키는 통후추의 매운 맛이 혀를 마비시켰으나 오랜만의 훠궈는 훌륭했다.

카푸치노가 있길래 주문했다. 중국에 간다면 커피대신 차를 시켜라.

비오던 청두. 그 곳의 카페.

훠궈. 이름만으로도 맵다.

선택은 자유다. 마음껏 찍으면 된다.
청두 기차역도 입구부터 인간들로 북적댔다.
기차역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건지 사람들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다.
2박 3일간의 기차 여행에 필요한 물건을 더 챙기고 기차에 오른다.
티벳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려면 외국인에게 여행허가가 필요했으나
우리에게 여행허가를 보여 달라는 사람은 없었다.
(복사본 티벳 입경 허가서가 준비되어 있었다.
언제쯤 그런 종이 딱지가 필요 없어질 날이 올 건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인간들 속을 동행이 헤치고 나선다.
<티베트 사원 순례 2편으로 이어집니다>
http://www.travelrain.com/679
글/사진 안진헌 www.travelra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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