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페트라에 오기 전부터 페트라를 좋아하게 될 줄 알았어.
페트라 보통 이틀을 머물지만 나는 4일을 머물기로 했어. 3일자리 관람권을 구입하면 하루를 덤으로 더 볼 수 있거든.
페트라에 도착한 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겨울의 끝무렵있었는데 비로 인해 더욱 춥게 느껴졌지. 호텔 주인장에게 히터를 틀어달라고 부탁했더니 날씨가 좋아서 어제부터 작동을 중지했다고 하네. 나 말고도 다른 여행자들이 히터 이야기를 많이 해서 어쩌면 저녁에 다시 가동할지도 모르겠어. 내일도 흐리면 안 되는데. 만얀 하루 더 비가 온다면 페트라 일정은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야. 나는 페트라를 온전히 화창한 날에 카메라에 담고 싶어.
호텔 응접실은 사랑방 같아. 오며가며 인사를 나누고 공짜로 건네주는 차를 마시기도 하고. 인디아나 존스를 틀어줘야 하는데 DVD가 고장이래. 사람을 불러서 이래저래 노력해 보더만 결국은 실패했네. 왜 호텔에서 인디아나 존스를 틀어주냐구? 응, 페트라가 바로 인디아나 존스를 촬영한 곳 중의 하나거든.

따듯한 차 한 잔이 늘 정겨웠다.
그럼 그 협곡처럼 생긴 이상한 길을 마차타고 들어가는 거야? 응, 그럴 수도 있는데 나는 걸어서 들어갈까해.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밤에 일찍 잠이 들었어. 요르단도 밤에는 조용한 편이라 11시 이전에 잠을 자게 되네. 아침에는 습관처럼 6시 정도에 눈이 떠졌는데, 커튼 틈 사이로 창 밖을 보니 아직 흐리네. 아마 오늘도 비가 오려나 보다. 마음을 비우고 침대에서 빈둥거렸다. 다시 일어난 시간은 아마 8시쯤 된 것 같아. 창 밖을 보니 완전히 화창한 날씨로 변해있네. 그래서 괜시리 마음만 급했지. 서둘러 아침을 챙겨 먹어야 했으나 어제 저녁에 얼굴을 익힌 호주 사람들이랑 대화가 길어졌어. 오랜만에 들어 본 친근한 호주 영어를 구수하게 쓰는 사람들이라 그랬던 것 같아. 그들도 그날이 페트라 첫날인데 나 때문에 결국 느즈막이 출발하게 된 셈이야.
늦어진 아침 시간 페트라로 가기 위해 서둘러야 했어. 호텔에서 유적 입구까지는 차를 태워주거든. 카메라만 챙겨서 나서려는 내게, 호텔 주인장 아저씨 물과 빵을 챙겨준다. 페트라에 들어가면 먹을데도 별로 없고, 레스토랑 음식이 매우 비싸니까 점심으로 챙겨가라는 거야. 고마운 사람. 부엌에 들어가 빵과 치즈를 담아 준다. 그리고 물 한 병도. 이정도면 충분하냐고 내게 계속 확인을 했는데, 빵이 부족하면 어쩌나하고 걱정까지 해주고 있었어. 마음씨 고운 사람.
그는 매표소 앞에서 나와 헤어지며 오후에 약속 시간을 정하고 되돌아 갔어. 매표소에서 3일짜리 입장권을 끊고, 페트라 유적을 행해 걸어들어간다. 나는 내가 그 길을 걸어가며 페트라를 좋아하게 될거라는 걸 직감하고 있었지. (나는 그 길을 4일 동한 들어갈 때 한 번, 나올 때 한번씩 걸었다.)

The Siq.
영어로도 한국어로 번역할 필요없는 페트라 입구의 명칭은 시크.

사람들은 저 길을 걸어들어가며 다들 마음이 들떠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환호성을 지르기도 한다.
2천년 전의 유적, 거기서 도시락 까먹다.
그 길을 걸어 들어가는데는 30분 정도가 걸려. 좁은 입구 때문에 페트라 유적은 오랜동안 잊혀진 채로 남겨져 있었던지도 몰라. 인류가 만들어 낸 위대한 도시 중에 잊혀진 도시로 남겨졌던 앙코르 왓, 마추 피추와 더불어 페트라는 그 곳을 방문한 모든 사람에게 매력을 선사하게 되는 곳이지. The Siq가 끝나는 곳에는 보물창고가 있다. 누군가의 무덤이었을 곳을 후대에 누군가가 발견하며 보물이 숨겨져 있지 않았을까 해서 그렇게 불리기 시작했네. 페트라가 붉은 장미의 도시라는 별명을 얻는데는 붉은 바위들이 큰 역할을 했겠지만 보물창고 앞에 서면 자연스레 붉은 장미의 도시라는 명칭을 이해하게 될거야. 특히 아침 시간 태양이 보물창고를 비추고 있는 동안 정말 붉게 변하거든.
요르단 소개 사진으로 등장하는 장면!
보물창고 앞에서 한 참을 서 있었어. 당연히 아름다웠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페트라하면 떠올리는 곳이고, 페트라를 안 가본 사람들에게 페트라에는 보물창고 하나 만 있을거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곳이지. 9~10시 사이가 태양이 보물창고에 비추는 시간인데 오늘은 조금 늦었네.
보물창고를 지나면 The Siq가 더 넓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도시 안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어. 기념품 가게들이 찻집이 보이고 낙타를 타라는 삐끼들을 만나야 하는 걸 보면 여기도 분명 유명 관광지임에는 틀림없어. 어짜피 걸어 다닐 생각이니 호객꾼들에게는 신경 안 쓰기로 했어. 점심도 준비해 왔으니 식당이 어디있나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좋다.

낙타 한 마리는 얼마요?
숨겨진 도시 안으로 들어가면 쌩뚱맞은 바위 산들이 가득 해. 정말 쌩뚱 맞은 바위 산들. 그 산들에는 무덤도 있고, 원형 극장도 있어.

본격 시작. 쌩뚱맞은 바위 산들.
원형 극장, 암만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데 이건 로마제국이 건설한 건 아니래. 2천년 전에 페트라를 건설한 네바티안들이 만들어 놓은 것. 역시나 그 곳의 원형 계단을 걸어 올랐어. 모래색 사암이 아니라 붉은색 쌩뚱 바위산을 깍아서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졌지. 사진을 몇장 찍고는 아이들을 데리고 피크닉을 온 듯한 요르단 가족들 옆에 앉았어. 스카피를 쓰지 않은 아이들의 눈망울이 예뻤거든. 호텔 주인장 아저씨가 챙겨준 빵과 치즈를 꺼내 여유있게 점심을 그 곳에서 먹었다.

2천년이 흘렸다. 여행자들 더러 챙겨온 점심을 먹는다.
2천년전에 지어 논 원형 극장에서 내가 점심을 먹은 셈이지. 하지만 아이들에게 원형극장은 아주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다름 아닌 운동장. 이 곳 아이들에게도 축구의 열풍은 대단해. 아이들은 2천 년에 지어 진 원형극장에서 축구라는 공연을 하고 있었어. 같이 놀아주고 싶었지만 나는 본업인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저런 걸 사진이 아니고 그림으로 그려두면 어떨라나?

다음 월드컵은 페트라에서.
페트라 첫 날, 얼마 전진하지 못했다.
일정을 여유있게 잡은 탓이기도 하다.
페트라, 이 곳은 천천히 그리고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첫 날 직선거리로 걸어서 1시간 걸리는 곳까지만 전진 할 수 있었다.

무덤. 쌩뚱맞은 바위산은 무덤 천지다.

그런데 무덤이 멋있다.

때론 웅장하다. 저길 오후 내내 왔다갔다 했다.
그러다 삐끼에 붙잡혀 사진을 찍혀야했다.
나는 스카프 쓴 (무슬림 여인) 그 삐끼를 찍고 싶었다.

페트라. 폐허가 된 도시가 있다.

페트라. 삐끼들이 있다.
당나귀 몰던 청년. 내일 타겠다고 했다가 정말 다음 날 그를 다시 만났다.

길. 걸든 낙타를 타든 그건 당신 맘대로...
글/사진 안진헌 http://travelrai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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