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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칭다오] 배타고 17시간. 황해를 건너다.

비행기에 비해 대책없이 느린 배는 공간 이동을 더디게 해주었다.
인천에서 비행기로 2시간이면 중국에 도착했을거지만
인천에서 칭타오까지 배를 타고 17시간이 걸렸다.

인천항의 수문이 열리고 황해로 접어들며, 몸은 한국을 떠났다.
하지만 여권에는 출국 스탬프만 찍혔을 뿐,
중국에 입국하려면 하룻밤을 지내야했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선택한 배편은 그만큼 한국과의 단절을 더디게 만들었다.

배에 승선한 80% 이상의 승객은 중국 사람이고,
한국어보다는 중국어 안내방송이 더 잦았다.

같은 침대칸을 쓰는 사람들도 나를 제외하고 모두 중국인이다.
이제 중국으로 가는 셈이다.
익숙하지만, 언어적인 단절로 인해 생각만큼 쉽게 익숙해지지 못하는 나라다.





97년, 세상이 무서울 게 없던 때 인천에서 배를 타고 텐진으로 간적이 있다.
나이가 들어 연륜이 쌓였는데, 이젠 세상이 조금은 무서워지려한다.






배 위에서 바라 본 인천의 모습.
내겐 공항말고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 한국의 큰 도시다.









배가 고동소리를 울리며 인천을 떠나려 하자
사람들은 하나둘 갑판에 올라와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누군가는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기도했지만,
배가 한국땅을 벗어나자 갈매기를 더 이상 우리를 따라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두시간 어둠이 찾아왔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기나긴 밤을 보내야할 차례다.

배에는 편의점이 있어 간단한 저녁식사를 해결해주었다.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단체손님들로 북적였다.


여행하면 좋은 점
내가 먹을 만큼의 식사량을 매번 동일한 시간대에 해결하게 해준다.

여행하면 나쁜점
그냥 남들따라서 아무거나 먹을 수가 없다. 음식도 무조건 내가 선택해야한다.


[칭다오] 산 동쪽의 파란 섬.

배에서 보이는 칭다오는 중국스럽다.
현대적인 건물이 하늘높이 솟아오른 지극히 중국다운 모습이다.
비딩 숲 속에는 아직도 허름한 골목과 남루한 집들이 생존해 있을 것이다.





배가 정박하고도 한동안 침대에 그래도 누워있었다.
무언가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의미전달이 제대로 안된다.
안내방송은 분명 한국어와 중국어가 병행해 나왔는데,
한국어 조차도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알아듣는 한국어보다 못 알아듣는 중국어를
얼마나 알아들을 수 있나 스스로 테스토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봤자 알아듣는 중국어는 거의 없었다.





안내방송은 배에서 내리는 순서를 지정해주고 있었다.
가장 먼저 불렸던 '일반 승객'이라는 단어가 생각나 배낭을 메고 앞으로 나섰다.
일반 승객은 결국 개별 손님을 의미하는 거였는데,
10명도 안되는 인원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배에서 내린 승객을 태우고 중국 입국심사대로 향하는 첫 번째 셔틀 버스를 탔다.
외국인 입국심사대에서 가장 먼저 도착해 중국 입국 스탬프를 받았다.
아무런 문제없이 쉽게 중국에 입국했다.
올림픽이 끝나서 인지, 평상시로 되돌아온 것일까?
선상비자만 발급되지 않을 뿐, 그리 까다롭지 않다.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어주고, 택시를 잡는다.
'치처잔' 이라고 한마디 던지니, 기사가 어디론가 향한다.
칭다오 처음 와 본 도시다.
어디에 뭐가있는지도 모르고, 어디에 뭐가있는지 알 필요도 없다.
곧바로 버스터미널로 향해 취푸 행 표를 끝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칭다오 맥주'를 건너 뛴 것.
칭다오에서 마시는 칭다오 맥주는 맛이 다를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해 봤다.



칭다오에서 취푸까지 가는 버스는 종착지가 어딘지 모르는 버스다.
표를 구입할 때 뭐라 물어봤는데, 알 수 없었다.
취푸로 직행하는 버스표를 구입한걸 만족하고 있었다.
버스는 취푸를 경유하는 거였는데, 황당하게도 침대버스다.
쭉 누워서 시간을 보내야하는 침대버스.
아마도 종착지는 24시간 이상을 달리는 곳인가보다.

침대버스는 생각보다 불편하다.
움직일 수가 전혀없다.
그냥 발을 쭉펴고 누워서 창 밖을 보는 수밖에 없다.
성룡의 쾌찬차가 승객을 위한 언터테인먼트였다.

중간중간 차가 섰지만 이렇다할 점심은 없었다.
지난을 지나 타이안을 지나니 은근히 걱정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손님들을 고속도로 상에서 내리고 태웠기 때문이다.
날은 어두워져있었고, 취푸는 가까워져왔다.

역시나 고속도로 상에 나를 내려준다.
다행히 일행이 있다.
그를 따라가니, 어디선가 사설 택시가 서 있다.
흥정할 것도 없이 그를 따라 취푸로 입성한다.

인천에서 칭다오를 거쳐 취푸까지 참 먼길을 온 셈이다.


글/사진 안진헌 www.travelra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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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트래블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