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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만난건 아잔타 Ajanta로 가던 기차 안에서 였다. 기차가 출발한 곳은 뉴델리 역이다.

인도 기차는 탑승전 승객 명단을 객차칸마다 붙여 놓는다. 워낙 많은 예약자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탑승자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인도에서 기차표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보다 조금 쉽지만, 원하는 날 출발하는 기차를 예약하려면 외국인 편법을 써야 한다. 각 역마다 할당된 외국인 쿼터를 요구하면 되는데 (이것도 주요 역에서나 가능하다.) 외국인 쿼터를 구입한 사람은 탑승자 명단에 FT라고 적혀서 쉽게 구분을 둔다. Foreign Tourist. 그게 인도에서 얻을 수 있는 외국인의 특혜라면 특혜다.




뉴델리 역, 언제나 인파로 붐빈다. 11억 인구가 사는 나라의 수도니, 붐빌 수 밖에. 탑승자 명단을 보니 FT가 모두 6명이 있다. 나를 제외한 이름들이 내가 쓸 침대 번화와 연달해 있어서, 나머지 다섯명과 함께 침대칸을 쓸거라 직감했다.

FT를 통해 인도인이 아니란 것만 알 수 있을 뿐 국적은 알 수가 없는데, 그들의 이름은 도무지 생소하기만 하다. 기차가 출발하기도 전에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전형적인 무슬림(이슬람교도) 복장을 했기 때문에 그들의 종교는 쉽게 알 수 있었다. 힌두교가 다수인 인도에서 무슬림도 상당한 인구가 존재하는데, 그건 다름아인 인도를 지배했던 이민족들(대표적인 것인 무굴제국이다)의 종교였기 때문이다.



인도인들이 FT 표를 구입할 수는 없는 일이니, 인도인들은 아닐것이고, 그렇다고 동남아시아(말레이계열) 쪽 사람들 생김새도 아니었다. 무슬림들은 국가와 관계없이 기본적인 아랍어를 구사한다. 그래서 자리에 앉으면서 자연스레 아랍어 인사말을 썼다. 그냥 친해보고 싶어서.

'앗쌀람 알레이쿰'
인사 한마디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들은 내 행색을 보고서도 내가 무슬림일거란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인사를 주고 받으며, 무슬림 예법을 최대한 차린다. 다행이 그 중에 한 명이 영어를 할줄 알았는데, 그들은 '키르키스탄'에서 왔다고 했으며, 봄베이(뭄바이) 인근의 무슬림 성지로 순례를 가는 중이라했다. 일행을 안내하는 인도인 길잡이가있으나, 그는 같은 침대칸을 배정받지 못했다고 한다. 인도인은 당연히 무슬림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만남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기차안에서 같은 침대칸을 썼으니,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영어를 하는 친구는 온순하게 생겼지만, 다른 동네는 건장한 중앙아시아의 유목민 기질도 보였다.
그들은 하루 다섯 번 시간이 되면 이슬람 예법에 따라 절을 했다. 안그래도 무슬림에 관심이 있었는데, 내겐 그들에게서 이슬람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들은 내게 이슬람 관련된 책을 한권 건네며 보라했는데, 이슬람으로 살아야하는 생활 규범을 일목요연하게 수록한 책이다. (이슬람의 창시자 모하메트의 언행을수록한 '하디스 Hadith'가 주된 내용이었다.)



하루 다섯 번 예배하는 걸 '쌀랏 Salat'이라 불렀는데,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구절을 물어보면 그들은 행동으로 시범을 보여줬고, 결국은 자신들이 예배를 올릴 때 나보고 동참하라며 권유를 아끼지 않는다. 물론 식사 시간이면, 나는 그들이 준비한 음식을 함께 나눠먹었다. (그래봐야 맨빵에 케챱을 찍어 먹고, 바나나를 디저트로 먹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들은 절신한 이슬람 신자였다. 기차칸을 활보하는 여자들과 되도록 대면을 피하기 위해 간이 커튼을 치기도 했고, 식사 예법은 물론, 예배도 거르지 않았다. 더불어 정성을 다해 코란 경전을 하나하나 해석하며, 성지로 향하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들이 건네준 이슬람 책을 보다가 결국은 '타샤후드 Tachahhoud', 즉 신앙고백을 하기에 이른다.
(참고로 나는 종교가 없다. 다만 불교에 끌릴 뿐이다. 허나 이론적으로 종교에 관심이 많다.) 무스림들이 '이슬람의 다섯 기둥'으로 여기는 신성한 행위 중에서도 첫 번째에 해당하는 타샤후드는, '알라는 유일한 신이며, 마호메트는 그의 메신저다'라는 이슬람의 유일신 사상과 신에 대한 서약이다.



발음이 재미있기도 해도, 시범을 보여주는 무슬림과 동행했기에 어렵지 않게 타샤후드를 아랍어로 암송하는 경지에 이른다. 'La Ilaha illal lahu Muhammadur rasulu lah 라 일랄하 일랄라 모하마단 라술룰라' (이거 나름 재미있었다. 리듬을 타면 참 듣기 좋았다.) (모스크에서 예배를 알리는 알라 호 악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는 뜻)의 리듬이 참 간들어지듯이.)

기차에서 둘째날은 그들로 하여금 이슬람 신자가 되라는 강요 아닌 강요(?)도 받았지만 모든 상황들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책을 통해 그들의 행동을 통해 배웠던, '쌀랏'을 그들을 따라 한번 해볼걸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슬람 국가에 가서는 아무리 훌륭한 모스크에 들어간다 해도 그런 행위는 이방인인 나로서는 할 수 없는 경건한 행위일테니까.

기차에서 내리는 내게 그들은 결국 책을 선물로 건네줬다. 자신들도 공부할려고 사온 책일텐데, 그걸 내게 건넨 것이다. '네가 이슬람에 관심을 갖게 됐으니,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그들은 이슬람은 하나의 형제이듯이 내게도 그런 호의를 베풀었는지도 모른다. (마치 내가 이슬람으로 개종이라도 한 것으로 생각했던건 아닐까. 결국 그 책은 인도 여행 중에 끝내 다 읽지 못했다.
하지만, 덕분에 무지한 이슬람에 대해 한발짝 다가간 결정적인 계기가 됐고, 4개월쯤 흘러서 '마호메트 평전'을 읽으며, 이슬람이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게 됐다.)

아잔타를 거쳐 아우랑가바드에 도착해서야, 뭄바이에서 테러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파키스탄의 무슬림 테러단체에 의해 자행된 이 사건은 24시간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었는데, 나는 자연스레 기차여행을 함께한 외국인 무슬림들이, 이로 인해 (인도의 다수종교인 힌두들에 의해) 종교적인 차별을 당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됐다.

인샬라!



글/사진 안진헌 www.travelra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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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트래블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