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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시가체, 간체. 일주일에 한 번씩 들렸다.


티벳 투어를 진행하면서 반드시 가야했던 시가체와 간체. 사원 순례 일정에도 포함되어 있다. 사원 순례는 일정이 여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차를 타고 길 위로 나서니 빠듯한 느낌이 들었다. 라싸에서 시가체까지는 얄룽창포 협곡을 끼고 포장도로가 형성되었다. 과거 말에 차를 싫어 나르던 상상할 수도 없었던 공간의 거리는 이제는 차로 5시간이면 도착이 가득하다. 그나마 속도제한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구간이라 기사들은 통제소에서 매번 혼자 바쁜 발걸음을 옮긴다.

과속 측정이라는 것이 한국의 그것과 달라서 사람이 많은 중국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즉, 출발지에서 속도를 측정하는 종이에 시간을 적고, 중간 목적지마다 다시금 도착 시간을 적게 되는데, 시속 50Km가 기준이라면 기사는 다음 목저지 검문소가 어디인지를 인지하고 거기까지의 거리와 시속을 환산해 몇 시 몇 분까지 도착하면 되는지를 알고 운전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시속 50Km로 운전하면 된다지만 대부분의 기사들은 정해진 속도를 무시하고 마음껏 달리다가 검문소가 보이기 직전의 코너에서 차를 멈추고 10분이고 20분이고 휴식을 취하기 일쑤다. 그러니 차가 빨리는 듯싶다가 이유 없이 정차해 노상의 화장실을 가거나 풍경을 바라보며 시간을 허비해야하는 경우가 많았다.

라싸에서 시가체로 가는 동안 비가 내렸다. 우기가 끝나갈 시기였으나 파란 하늘은 보여지지 않았다. 티벳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는 것일까? 작년에 비해 우기가 길고 비오는 날도 많다. 시가체에 다 도착할 때쯤 앞서 달리던 버스가 고장 났는데, 우리의 기사는 아무 관련 없는 고장 난 차에 가서 도움을 주려한다. 티벳 사람들의 인지상정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오체투지 하는 순례자에게 보시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티벳 사람들이니 고장 난 차를 보고 그냥 지나치는 것도 마음으로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일 것이다. 작은 것에도 자비를 베푸는 사람들.

기사가 고장 난 버스를 확인하러 가는 사이 순례자들을 가득 태웠던 버스의 승객들이 우리차로 하나 둘 다가오기 시작했다. 고장 난 버스는 금방 고쳐질 것 같지 않았고, 승객들은 빈자리가 많은 우리 차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다. 누군가 한 명이 우리 차에 타기 시작하자 티벳 순례자들은 보조의자까지 들고 와 우리가 타던 미니버스의 통로까지 점령해 버렸다. 까르륵 거리던 웃음들이 우리가 타고 있던 버스 안에 울려 퍼진다. 티벳 아줌마들과 아저씨들, 온통 버터 냄새와 향냄새로 우리가 타던 차를 꽉 채웠지만 그들과 동행했던 20여분은 한껏 티벳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해줬다.





시가체에서 묵었던 호텔 옥상에서 타시룬포 전경이 보인다.


비 온 탓인지 시가체는 제법 겨울 분위기가 풍긴다. 낮에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껴입고 두터운 이불 두 개를 겹으로 덮고서야 잠에 들었다. 아침에도 간간이 내리던 비를 탓하며 일행들만 타시룬포 곰파로 들여보냈다. 파란 하늘이 보였으면 그들과 함께 사원을 방문하고 코라를 한 바퀴 돌았을 것이다. 매번 시가체에 오면 습관적으로 행하던 타시룬포 코라를 이번에는 건너뛴다. 코라 대신 동행들과 시가체 시장을 탐방했다. 티벳 사람들도 겨울을 준비하려는 듯 시장에는 난로와 다양한 겨울 용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얼기설기 만든 강판을 들여다보는 티벳인 아줌마. 칼을 쓰는게 더 좋을듯.


서둘러 점심을 먹고 티벳다운 색채가 강하게 남아 있는 간체로 향했다. 하루 종일 비가 오려는 듯 하늘은 잔뜩 심술을 부리고 있다. 간체에서는 파란 하늘이 보여야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볼 수 있는데, 동행들보다 내 마음이 더 무겁다. 차를 타고 가며 계속 하늘을 주시하다가 펠코르 최데 곰파로 먼저 차를 달렸다. 멀리 보이던 비구름이 지나가는 듯 해 보였지만 오히려 비구름은 사원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사원 내부에 있는 하얀 탑인 쿰붐에 올라 주변의 산과 분지, 그리고 간체 종을 바라본다. 그렇게 그 곳에 앉아 있으면 머리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부처의 눈처럼 자비로움으로 가득한 눈으로 내가 세상을 내려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간체에 가거든 붓다의 눈 아래 자리를 잡자.


다행이 펠코르 최데 곰파를 나와 간체 종에 오르는 동안 구름이 우리를 벗어나가고 있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의 탄성이 차 안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는데, 선명한 무지개가 티벳인 거주 지역 위로 둥글게 피어오른 것이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티벳다운 날씨와 더불어 무지개까지 우리 앞에 오랫동안 펼쳐져있었다.







하루 가까이 이어졌던 비가 그치고 무지개와 파란 하늘이 보여진다.



10. 겨울, 봄, 그리고 여름

잠시 개였던 날씨는 다음날 아침에도 간간히 비가 내렸다. 간체를 출발해 5,040m의 카로-라 Karo-La를 넘었더라면 완전한 겨울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한 여름에도 빙하가 남아있는 카로-라는 포장 공사로 인해 1년이 넘도록 차량 통행이 금지되고 있다.

간체에서 출발한 버스는 카로-라 대신 시가체를 다시 거쳐 라싸 방향으로 길을 달려야했다. 시가체까지 먼 길을 돌아가기보다 지름길을 택한 기사 아저씨. 2시간가량의 비포장 길을 달려야했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들어 온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현실적이지 않은 풍경은 때론 비에 젖은 사막과 간밤에 내린 비가 눈으로 변해 희끗희끗한 산봉우리가 구름의 장막으로 가득한 하늘과 맞닿아있다. 구름은 열린 듯 말 듯 하얀색 사이로 파란빛이 조금 보여 질 뿐이다.



비에 젖은 사막을 홀로 걷는다.


인적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이상한 행성을 지나는 동안 세상의 때라고는 하나도 묻은 적이 없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어디선가 물을 길어 오는 아낙들, 학교를 가려는지 아니면 교복을 입고 양치기를 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간다고 야단치지 않는 그들의 부모와 함께 양들을 몰고 이상한 행성의 중심으로 활기찬 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들 곁을 지나는 그들과 다른 행성에 살고 있던 우리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는 아이들은 오래전 과거의 인류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들은 집 앞을 나서 그들이 살고 있는 행성의 중심으로 향하면 분명 겨울에서 봄으로 시간을 훌쩍 뛰어 넘을 것이다. 사람의 흔적도 별로 없던 곳에 봄을 알리는 유채꽃이 피어있었다.









티벳에서의 계절은 얼마나 높이 올라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카로-라를 넘지는 못했지만 티벳의 푸른 보석, 얌드록쵸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라싸로 향하는 길에서 얄룽창포를 건너 하늘로 향하는 산길을 오른다. 5,000m가 조금 안 되는 캄바-라 Kamba-La에 언덕을 꼭대기까지 오르면 얌드록쵸가 모든 이들의 감탄하게 만든다. 하늘 길을 오르며 구름 위로 보이던 캄바-라 언덕의 햇살이 느껴졌다. 하늘 길 꼭대기에 서면 옥빛 얌드록쵸가 펼쳐진다며 일행들을 선동하고 있었다. 캄바-라 정상에서의 풍경, 기대만큼 모든 이들을 감동에 젖게 만들어 주었다.













Road To Heaven.
구름 보다 높은 곳을 향해 산길을 오르면,
얌드록쵸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하늘을 나는 독수리도 카메라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저런 풍경, 싫어할 사람 몇이나 될까?



<티베트 사원 순례 4편으로 이어집니다>
http://www.travelrain.com/680


글/사진 안진헌 www.travelra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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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트래블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