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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곳들을 가보고 싶었다 : 암만 가는 길 1

친한 지인 중의 한 명과 ‘우리 아주 이상한 곳에서 한 번 만나야하지 않을까?’라고 말하곤 한다. 우리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거명되는 곳은 중앙아시아의 ‘스탄’이라는 이름이 붙은 나라의 국경 어디 쯤 정도가 최선의 장소가 아닐까하는 공통된 생각을 끌어내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만, 언제 우리들이 아주 이상한 장소에게 만나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을 뿐이다.

요르단을 가는 길. 항공을 예약하며 무스캣 Muscat이라는 도시 이름을 접한다. 한 번은 들어봤던 도시지만 어떤 나라에 있는지 나는 모른다. 도시 이름이 워낙 독특해 오랫동안 뇌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요르단까지 가는 항공사 중에 원하는 날짜에 탈 수 있는 비행기는 걸프 에어 Gulf Air라고 했고, 무스캣을 경유한다고 했다.


방콕 공항은 우리와 비슷한 아시안들이 많았고, 무스캣  공항은 우리랑 다른 아시안들이 많았다.


‘나 거기 며칠 내렸다 가면 안 돼요?’ 어디에 있는지 뭐가 있는지도 모르며 단순히 이름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경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암만 in 카이로 out으로 잡은 일정 상 카이로에서 나올 때는 바레인을 경유하도록 되어있다. 다 끝내고 나올 때는 며칠 서 볼까 했는데, 들어갈 때는 어딘지 모르는 곳에 내리고 싶지 않았다.


MUSCAT, AMMAN, GF973. 내겐 익숙지 않은 이름들이다.


방콕 출발 암만 행 비행기. 일단 무스캣까지 날아간다. 비행시간 6시간 20분. 시차 3시간. 무스캣 상공에서 걸프만이 보이고, 도시와 바다, 사막이 거의 붙어있다. 어딘지 모르는 곳에 비행기가 내렸다. 가방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예정보다 2시간 늦어진 암만 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단지 무료함을 느낄 뿐이다. 무스캣 공항에서 카푸치노 한 잔을 마셨다. 환율이 얼마인지, 물가가 얼마인지도 모른다. 5달러를 내니, 그들의 돈을 거슬러 준다. 참! 무스캣은 오만 Oman이라는 나라의 수도였다.


무스캣에서 갈아 탄 걸프 에어.
걸프 에어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출발전 안내방송.
우리네 승무원들은 영어, 아랍어, 그리스어, 이태리어가 가능합니다.
방콕 출발 비행기도 우리네 승무원은 영어, 아랍어, 그리스어, 태국어가 가능합니다.
그런 안내 방송이 나왔다. 중동쪽 항공사 승무원들은 참으로 다국적이다.



이상한 곳들을 가보고 싶었다 : 암만 가는 길 2

무스캣에서 암만까지 비행 4시간. 시차 2시간. 밖은 어두워졌지만 겨우 저녁 7시라고 했다. 아침 7시에 일어났으니 저녁 7시까지 겨우 12시간을 보낸 셈이다. (그러나 방콕과 암만의 시차는 5시간이나 떨어져 있다.) 환전소에서 돈을 바꾸고 요르단 비자를 받고 입국 심사를 받는다. 모든 절차는 여타 공항과 틀릴게 없지만 요르단 돈부터 익숙치 않다. 100달러를 바꾸니 겨우 70디나를 건네준다. 종이 돈 7장. (베트남에서, 라오스에서, 캄보디아에서 100달러를 바꾸면 건네주던 한 뭉텡이 돈이 그리워졌다.)

요르단 비자. 즉석에서 발급된다. 10디나. 스탬프 하나에 우표 한 장을 붙이고는 30일 체류가 가능하다. 비자 신청서도 필요 없고 그냥 돈만 내면 땡이다. 입국 심사대, 한적하다. 기내에서 출입국 카드를 나눠주지도 않는다. 아무도 출입국 카드를 걱정하는 사람이 없어 보였다. 그냥 줄 서서 여권을 내밀면 된다. 그러면 이민국 직원이 요르단 주소와 전화번호를 물어본다. 묵을 호텔 이름을 물어보는 게 아니고 주소를 묻는다.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해서 일까, 아니면 여권에 문제가 있어서 일까? 한방에 입국 스탬프를 받지 못했다. 불법 체류자들을 검사할 법한, 그러나 아주 안락하고 넓은 이민국 심사관 방으로 내가 안내되어졌다. 그가 이것저것 묻는다. 요르단에 얼마나 있을 거냐? 뭐 하러 왔냐?

아마도 방콕에서 만든 여권을 의심하는 듯 했다. 하긴 새로 만든 여권에는 한국 출입국 스탬프가 하나도 찍혀있지 않다. 혹시나 해서 들고 다니던 구여권을 함께 보여주고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 구여권에 잔뜩 붙어있던 캄보디아 여권을 보고 그가 다시 묻는다. ‘캄보디아에서 일해?’

어렵지 않게 이민국 심사관 방을 벗어나올 수 있었다.
요르단 입국 스탬프가 찍혔다.
웰컴 투 요르단!


같은 비행기에 배낭을 멘 여행자가 두 명 더 있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시내까지 합승이라도 할 오량이었다. 필요에 의해 말은 먼저 건넨 건 나였으나 그들은 자신들이 어디를 가려 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혼자 공항버스를 기다린다.


내가 처음으로 대한 요르단 풍경이다.


내가 어떤 도시를 갈 때 그 곳을 잘 아느냐 모르느냐의 기준은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방법을 알고 있느냐 모르느냐로 결정한다. 6년 만에 처음으로 안 가본 도시에 왔음을 암만 공항에서 실감하고 있었다. 나는 시내까지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있었다.

공항 인포메이션 데스크. 지도라도 하나 얻어가려 했으나 그런 건 없었다. 공항버스를 어디서 태냐던 질문에 인포메이션 데스크 직원이 설명을 하다가 직접 나를 데리고 어딘가로 간다. 내가 내린 공항 청사 맞은편에서 공항버스를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얼마 안 되는 거리를 그가 안내해주는 게 속편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방인에게 베푸는 호의는 주저함 없이 받아줘야 한다.

그가 나를 안내한다.
공항버스 탑승장 앞까지 나를 안내했던 그, 돌아서며 한마디 악의 없는 말을 던진다.
‘Nothing for me?'


우리네 시내버스를 닮은 암만 공항 버스.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도시에 왔다.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도시에 밤에 도착했다.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도시에 밤에 도착해 예약되어 있지도 않던 호텔을 찾아갔다. 그렇게 예약되어 있지도 않던 허름한 호텔에 방을 하나 얻었다. 그렇게 방을 하나 얻어 그곳을 먼저 여행 중이던 여행자들과 난로 옆에 앉아 떠든다. 그렇게 그곳을 먼저 여행 중이던 여행자들과 난로 옆에서 앉아 떠들다 남들보다 일찍 시차를 핑계로 허름한 방에서 잠이 들었다.


일찍 잠든 탓에 일찍 눈이 떠졌다.
방향 감각도 없으면서 일단 호텔을 나와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렇게 암만과 요르단과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글/사진 안진헌 http://travelrain.tistory.com

Posted by 트래블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