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이 반도 Sinai Peninsula
시나이 반도.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곳.
북쪽으로 지중해가, 남쪽으로 홍해가 흐른다.
시나이 반도 내륙은 사막을 닮았다.

시나이 반도. 이런 풍경이 가득하다.
시나이 반도.
중학교 지리 시간에 들었던 이름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10여 년 전 전쟁사를 배울 때 공부했던 중동전쟁, 특히 6일 전쟁의 무대가 됐던 곳.
어떤 연유인지 몰라도 시나이 반도는 내게 독특한 이름으로 기억되어져 있었다.
시나이 반도. 그 곳을 여행한다.
이집트가 나일강을 의미하는 거라면 시나이 반도는 그런 의미에서 아직 본격적인 이집트 여행은 아니다.
다합에서 시나이 반도의 사막 여행을 해볼까 했지만 요르단 와디 룸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았다.

캐터린 마을 입구. 월컴 표지석.
시나이 반도, 내륙 깊숙히 캐터린 성당과 시나이 산이 있는 곳으로 들어왔다.
다합에서 출발하던 버스에 벨기에 커플이 함께 동행이 되어 주었고,
이틀 간 같은 숙소에 머물며 은은한 여행 동지가 되주기도 했다.
(그들에게서도 곱게 늙은 티가 났다.)
캐터린 성당. 시나이 산.
모세가 십계를 하사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에게 빼 놓을 수 없는 성지 순례 코스가 되어버렸다.
중동 전쟁과 관련된 이집트-이스라엘 현대사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 처럼,
종교적인 이야기도 여기서는 하지 않겠다.
(정치적인 이야기는 길 게 할 수 있는데, 종교적인 이야기는 별로 할 게 없다.)

캐터린으로 가던 길. 포장 도로 하나만이 사막과 산을 가로지른다.
캐터린 성당과 시나이 산을 보기 위해서는 다합에서 새벽에 출발해 일출을 보고 돌아오는 여행도 가능했다.
하지만 시나이 산에서 일출보다 시나이 반도 자체가 궁금했다.
캐터린 성당 입구의 캐터린 마을에 짐을 풀었다.
베두인들이 운영하는 숙소가 몇 곳 있었는데, 벨기에 커플을 따라 마을 입구의 숙소에 짐을 풀었다.
넓은 정원과 베두인 텐트가 쳐진 캠프는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 하루를 자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다만 깨끗한 객실과 샤워 시설이 사막의 텐트와 다른 쾌적함을 선사해주고 있었다.

다른 숙소에 갔다가 차를 공짜로 한 잔 얻어 마셨다.
숙소에 묵던 여행자는 많지가 않다.
대부분 어디선가 와서 새벽에 산을 오르고 성당을 보고는 다시 돌아가기 때문이다.
심지어 카이로에서 버스로 달려와 일출을 보고 카이로로 돌아가는 여행자들도 있다.
시나이 산에서의 일출, 그게 그렇게 대단한 것일까?

산 속의 베두인 텐트. 캠프는 나름 분위기 덩어리다.
저런 곳에서는 자연스레 자연을 닮게 되어있다.
밤시간 여행자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저녁을 먹는다.
숙소에 묵던 여행자는 할 일 없는 저녁이면 베두인 텐트에 모인다.
호텔에서 만들어 내는 저녁을 먹으며 모닥불을 피우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마련.
정치적인 토론이 오간다거나 자기 나라를 소개하는 대화가 오가지 않는다.
어찌보면 긴 대화가 필요없던 곳, 차분하게 식사를 하며 차분한 대화들이 옆 사람들과 오갈 뿐이다.

해가 지고 나면 고요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밤하늘의 별들도.
그 곳에서 이틀을 머물렀다.
도착한 날 오후 가까운 거리를 걸어가 본다.
쌩뚱맞은 산과 하늘의 구름이 너무도 잘 어울리고 있었다.

페트라부터 시나이까지 쌩뚱맞은 산들의 경연!
길에서 만난 아이들, 엄마를 따라 어딘가를 가다가 외국인을 발견하고는 다가온다.
갑자기 슬픈 표정이 되더니 '머니, 머니'라며 내 옷깃을 잡는다.
구걸이 실패할 것 같았던지 '머니'에서 '박시시'로 표현이 바뀐다.
박시시. 이집트를 여행하며 당신이 수없이 들어야 할 아주 의미심장한 단어다.
(이집트와 인도는 자주 비교되곤 한다. 왜냐고. 인간들이 당신을 심심하게 하지 않기 때문에)
박시시에 관하여(=tip이라고 표현하기 뭐한 강요성 돈 요구 또는 아무것도 한거 없으면 tip을 달라는 행위. 예를 들어 남의 집 사진을 찍으려는데 옆에 앉아 있던 동네 사람이 내게 박시시라고 말하며 사진 찍으려면 돈을 내라고 한다든지, 화장실에서 수도꼭지 물을 틀어주며 박시시를 요구한다던지 뭐 그런 것들로 어쩌구니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박시시는 잘 활용하면 일반 접근이 안되는 유적을 들어갈 수 있다던지, 사진 촬영이 안되는 무덤 내부를 촬영할 수 있다던지 할 수 있다. 그것도 박시시 1파운드로.)
다음에는 이름을 물어봐야겠다.
박시시가 아이들의 요구라면, 사진을 찍는게 나의 요구 사항이다.
박시시까지 실패한 아이들, 모델로서 훌륭했다.
표지 모델로 삼아도 될 것 같던 아이.
언제 징징대며 박시시를 요구했는지 모를 정도로 환한 얼굴이다.
(아이들은 어디건 똑 같다.)
글/사진 안진헌 http://travelrai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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