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이 나를 기다리는 곳, 카이로에 가기.
요르단을 떠나 이집트에 들어온 지 6일이 지났지만 아직 시나이 반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집트에서 배낭여행자들의 천국 같은 곳 다합 Dahab. 거기서 이국적인 풍경을 느낄만한 것은 너무도 적었다. 기독교인들의 성지 순례지인 캐터린 성당. 그 곳에서 이슬람 국가의 채취를 느끼기에는 너무도 익숙한 종교가 있었다.
캐터린 마을에서 편했던 시간, 짧은 시간 동안 정들었던 여행자 친구들과 헤어진다. 카이로까지 가는 버스는 새벽 6시에 있다. 서두르면 되지만, 도도록 새벽에 출발하는 버스는 타고 싶지 않았다. 카이로까지 가는 교통편은 일반 버스가 아니라 미니버스를 타기로 했다.



시나이 반도, 사막과 홍해를 번갈아가면서 길이 이어졌다.
카이로까지 향하는 길에는 일본 언니 3명이 동행하고 있었다. 아니, 내가 그들의 동행이 되었다. 그들은 카이로에서 시나이 산에 일출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와 하루를 자고 새벽같이 일어나 2천미터가 넘는 산에 올라 일출을 보고 아침을 먹고 카이로로 돌아가는 길이다. 나는 그들이 빌려 온 미니버스에 동승하게 된 셈이다. 물론 차비는 나도 그들과 똑 같이 낸다.


한 사람은 대화를 담당했고, 한 사람은 사진을 담당했다.
'코이카'가 아니고 '자이카'에 근무한다던 대화를 당담하던 언니는 아랍어에 능숙했다.
사진을 담당하던 언니에게 너무 많이 찍혀 나도 그들 사진을 마구 찍었다.
시나이 반도, 홍해, 수에즈 운하.. 멀게만 느껴졌던 지명들 속에 지금 내가 들어가 있다. 홍해를 바라보며 아침을 먹었고, 시나이 산 정상에 올랐고, 수에즈 운하를 차로 통과했다.
카이로 가는 길. 미니버스는 전속력으로 달린다. 사막과 바다가 맞붙은 시나이 반도. 카이로 가는 방향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사막, 왼쪽은 바다가 계속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여권을 보여줘야 했다. 사복 경찰 아저씨, 내 카메라를 보더니 사진 촬영 금지 구역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차는 불행이도 지하 터널을 지났고 나는 수에즈 운하를 볼 수가 없었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수에즈 Suez 14Km라는 간판을 마지막으로 미니버스는 카이로 표지판 만이 보이는 길을 달린다.

수에즈 운하 터널로 들어가는 길. 경비가 삼업하다.
영국과 오랜 동안 소유권 다툼을 했던 곳, 6일 전쟁의 패배로 인해 이스라엘의해 6년간 점령당했던 곳,
이집트 현대사에서 민족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곳, 이집트의 주요한 수입원 수에즈 운하.
터널이 아니고 배가 드나드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카이로에 가까워왔음 알리는 신호다.
저기 인구 2천 3백만명이 사는 도시가 나를 기다린다.

카이로 도착. 소음과 인간들.
나를 보더니 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소리를 지른다.
내게 카이로에 왔음을 이집션 방식으로 환영하는 것이리라.
카이로가 어디라고 설명하지 않아도 차가 막히는 순간. 드디어 도착했구나 하고 알 수 있었다. ‘웰컴 투 카이로’ 젊은 기사 아저씨가 인사를 건넨다. 정말 웰컴 투 카이로다. 이제부터 익숙치않은 아주 생소한 사람과 풍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요르단부터 시나이 반도까지 조금 심심하다 싶었거든. 그래서 나는 카이로를 먼저 택한지도 모른다. 적어도 카이로는 심심하지 않을 테니까. 인도와 견주어질만한 나라가 있다면 나름 아닌 이집트. 델리와 견주어질만한 도시가 있다면 다름 아닌 카이로.
내가 처음으로 인구 2천만 명이 넘는 도시에 왔다는 것.
이곳이 어디냐면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도시 카이로.

6년 전이라고 떠들곤 했는데, 어쩌면 7년 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카이로. 이곳을 한 번 와봤었다.
내가 여행하며 가장 멀리 서쪽까지 갔었던 도시, 카이로.
카이로.
평생 한 번 피라미드를 봤다는 걸 기념하기 위해 오고 싶었었다.
다시 오게 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 때 6년 전에 카이로 인구가 얼마였는지 나는 관심이 없었다.
그냥 사람이 많은 도시 정도로 생각했었을 것이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카이로는 내게 아주 생소한 도시였을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익숙하지 않던 언어들, 익숙하지 않던 거리들.
카이로의 첫 인상은 그리 만만치 않았으니까.
카이로 공항에 밤에 내려 보면 안다.
혼자 배낭 메고 카이로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카이로 공항에 밤에 내려 보면 안다.
아마, 여행하며 공항에서 시내까지 처음으로 택시를 탔던 도시가 아니었을까?
이곳 카이로. 인구 2천만 명을 넘어섰다.
누구는 말한다. 2천 3백만 명이라고.
그러나 그 숫자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오늘도 몇 명이 증가했는지 계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1년에 1백만 명이 늘어난다고 한다.
(정확히 130만 명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곧 멕시코시티를 넘어 세계 제 1의 도시가 될 것이다.
지구 상의 수많은 도시들이 탄생하게 했던 도시였으니,
어쩌면 세계 제 1의 도시가 되는 건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른다.
카이로에 왔다.
음, 결코 만만치 않군.
두 번째라고 별로 달라진 건 없었다.
어차피 나는 이곳, 카이로를 아직 잘 모른다.
더군다나 6년 전의 기억으로 길을 찾아가기란 어림도 없는 객기에 불과했다.
카이로에 왔다.
인구 2천 3백만 명이 사는 도시에 왔다.
이곳, 카이로에서 나는
그 많은 인구의 숫자를 하나 더 늘이는데 불과한
아주 작은 존재에 불과할 것이다.
물론, 나는 며칠 후면 여길 떠날 것이다.
글/사진 안진헌 www.travelra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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