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슈파티낫.
가지고 다니는 책을 보고서야 이름이 생각나는 곳.

그 곳은 관광객들이 죽음을 보러 가는 곳이다.
인도 바라나시와는 '많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곳.
상업적이지 않고, 인간적인 면모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화장터.
네팔 사람들이 신성하다 여기는 강변에 세워진 화장터는,
신분에 따라 사용하는 위치가 다르지만, 그곳은 언제고 진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9년 전 그 곳에서 나는 무심하게 죽음을 지켜보고 있었다.
바라나시를 가기 전이었으니, 죽음을 그렇게 가까이서 지켜본건 처음.
운이 좋게도 화장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까지 덤덤히 볼 수 있었는데,
그 날은 나이 어린 큰 아들이 장례를 주관하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 시선에 불을 지피고서야 장례는 끝났고,
화장을 진행하는 인부들에 넘겨져 한 줌의 재로 변모하고 있었다.
어린 장남의 눈물이 죽음보다 더 강열했던 기억.

취재 차 카메라를 들고 있노라면 모든 것이 무덤덤해 진다.
필요한 일을 해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화장터를 기웃거리며 필요한 사진을 찍고,
힌두 사원을 먼 발치서 카메라에 담는다.
힌두 사원은 힌두교 신자가 아니면 입장이 불가하다.





오전 반나절 일을 마치고 돌아서려는 순간,
화장터에 울려퍼지던 처연한 곡소리가 발걸음을 잡는다.
네팔도 여자들은 장례식장에서 한 발치 떨어져 있어야 했는데,
온 가족이 울어대는 소리는 사원 전체를 울리고 있었다.
아마도 죽은 그의 부인이 가장 큰 소리를 냈을 것이다.
그렇게 잠시 죽음을 다시 만났다.
티벳의 천장터에서도 인도의 바라나시에서도
내게 죽음은 하나의 과정에 불과했다.
이 곳 카투만두에서도 죽음은 하나의 과정에 불과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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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안진헌 www.travelra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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