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의 이야기입니다.
홈피에 썼던 글을 티스토리에 옮기며 그들을 다시 검색해보니
한국 검색사이트에서도 그들 관련 내용이 나오는군요.


자기 삶을 사랑하기 두 명의 태국 영화 감독 이야기

신문에서 소개된 간단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영화를 만나러 갔다. (남의) 집에서 BTS를 타면 한 정거장 거리에 영화관이 있었다. 그 곳에서 만난 두 명의 감독 이야기를 하려한다. 자기 삶을 사랑하는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1.방콕에서 무슨 영화제를 한다고 저러나?

방콕과 영화제를 동일선상에 놓고 상관된 것을 찾으라면 의아해 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방콕 국제 영화제가 개최되는 것을 아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방콕에서도 다양한 영화제가 열린다. 그 중에 하나가 영국 문화원에서 주관하는 영국 영화제 British Film Festival.

방콕에서 열리는 영국 영화제에 두 번째로 참석할 기회를 얻었다.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보고 싶은 영화 목록과 내가 해야할 일들의 스케쥴을 확인한다. 두 세 편 정도의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영국 영화를 상영하는 영국 영화제였지만 올 해는 두 편의 태국 영화가 초청을 받았다. 영국 영화보다 태국 영화가 우선 관람 대상이 되 버렸다. (제 3 세계 문화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언제부터던가 맥도널드 햄버거처럼 똑 같은 맛을 만들어내는 미국 영화를 보늘 일에 흥미를 잃어갔다.)


2. LAST LIFE IN THE UNIVERSE

첫 번째로 선택된 영화는 LAST LIFE IN THE UNIVERSE. 2003년도에
펜액 랏따나릉 Pen-eak Ratanareung 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영화의 주연 배우는 일본 배우였고, 방콕 일본 문화원에서 일하는 태국 말을 못하는 일본 남자에 관한 내용이었다. 당연히 주연 여배우들은 태국 배우들이다. (여기서 어쩌고 저쩌고 주절이 주절이 영화 이야기는 생략한다. 영화 평론가도 아니고 배우가 연기를 잘했느니 못했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영화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때 감독이 영화관에 있다는 마이크를 통해 안내방송이 나오면서 감독이 걸어나왔다.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감독과의 대화시간이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감독의 등장을 알리는 목소리는 아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하루 전날 저녁에 타논 파아팃의 아지트에서 만났던 친구. 부산 영화제를 다녀왔다는 그 친구가 이번에는 영국 영화제에 출품된 태국 영화를 홍보하고 진행하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둠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눈 인사를 보냈다. (내가 영화를 보러 올거라 예상치 못했을 것이고, 친구가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을거라 예상치 못한 만남이다. 다시금 말하지만 세상은 좁다. 그래서 자기편을 만들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동한 감독을 만나며 그도 자기 삶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단번에 직감하게 해주고 있었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할 것이다. 누구보다 자기가 하는 일에 애정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도 그랬다. 유창한 영어 때문에 그에 대한 호감이 강했는지도 모른다. (영어 밖에 못하는 영국, 미국 녀석들에 비해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비영어권 사람들 만나면 그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언어를 배우는 동안 그가 경험했을 소외감을 해소하는데 투자한 노력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친구 덕분에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끝나고 함께 커피를 마실 기회를 얻었다. (커피 향이 무척 달콤했음을 알린다) 비슷한 일을 하는 아는 사람을 연상케했다. 감독과 영화제 진행자 두 명이 나누는 대화를 엿듣는 것에 불과했지만 (그것도 대부분은 못 알아 듣는 말이 전부였지만) 함께한 자리를 좋았다. 감독과 어떤 연결고리가 연결될거란 생각은 못했지만 자기 일에 열심인 사람을 한 명 더 알 게 된 것만으로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영화 이외의 엉뚱한 소득이었을 것이다. 그와 대화 중에 다음 작품의 주연 배우는 강혜정이라고 했다. 베를린 영화제게 초청받았다고 했으니 한국에서 그의 영화를 만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남의) 집으로 돌아와 감독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다. 네 편의 영화를 찍었고, 태국에서는 독립영화, 예술 영화 감독으로 인지도가 높아보였다. 약력을 보니 역시나 뉴욕에서 공부했다고 적혀있다.

새롭게 검색해 보니
그가 만든 영화 몇편이 칸 영화제에 초정됐군요.
다음은 그의 filmography입니다.
한국에서 개봉된 영화가 별로 없어서, 그리 인지도 높은 감독은 아닙니다.
http://movie.daum.net/movieperson/Biography.do?personId=1658#filmography


3. INNOCENT

영화제에서 두 번째로 본 영화는 태국 북부의 치앙마이에 근교에 있는 고산족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에 관한 다큐멘터리. 태국어 제목은 '덱 또', 영어 제목은 INNOCENT
. 역시나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영화를 보러 갔다. 다큐멘터린지도 모르고 갔었다.

어제 만난 그 친구가 다시 그 곳에 있었다. 감독이라고 소개해 주는 사람은 내가 알아볼 정도로 유명한 연예인었다. 내가 기억하는 그녀는 미스 타이랜드  Miss Thailand 왕관을 썼던 여자, 코카 콜라 태국 모델, 히타치 Hitachi 에어컨 광고 모델, 화장품 로리엘 L'oreal 태국 모델로 나왔던 사람이라는 정도다. 그래서 감독이라고 친구가 소개해 줄 때 혹시 다른 사람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품기로 했다. (모델과 영화 감독이 매치가 안 됐기 때문이다.)


만나고 싶기도 했던 사람인데, 갑작스럽게 만난 자리에서는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당신을 잘 안다고, 미스 타이랜드가 아니었냐고 물어봤어야 했으나 소심한 성격이 작용했다. (너무 잘난 여자일거란 생각에 주눅이 들기도 했을 것이다. 변명을 더하자면 저녁을 못 먹어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간단하게 식사를 해야했다) 

다큐멘터리는 훌륭했다. 5년 동안 촬영한 내용을 2시간으로 편집했지만 감동적이었다. 막팍에 눈물도 찔끔 흘렸다. (태국 고산족의 상황을 잘 알아서라고 이번에는 자랑을 해두자. 물질 문명과 정신 문명에 대해, 삶의 만족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 주었다. 2005년 부산 영화제도 상영됐다고 한다.
) 한국에는 강의 끝은 어디인가?로 소개됐군요. 2006년 EBS 다큐 대상 2등을 수상했네요. 신문 기사 내용입니다. 2위에 해당하는 '다큐멘터리 정신상'은 태국의 '강의 끝은 어디인가?'(Innocence)에 돌아갔다. 니사 콩스리와 아리야 춤사이가 공동 연출한 '강의 끝…'은 농사를 지으며 어렵게 공부하는 태국 북부 고산 지역 어린이의 일상을 담고 있다. 심사위원단은 "시골학교와 지역에 대한 강렬한 시각적 은유가 인상적이며 주인공들의 애정과 열정을 잘 묘사했다"고 평가했다.

다큐멘터리가 끝나고 감독이 무대에 올랐다. 삶을 열심히 산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여유로움도 뭇어나고 있었고, 자신감도 뭇어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자기 삶을 사랑하고 있는 모습이 전해져 왔다. 그녀는 관객들과 긴 이야기를 나누며 제작과정에 관해,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교장과 학생들에 관해 말을 하면서 행복한 표정을 자주 흘렸다. 20여 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은 한 사람을 알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하지만 첫 인상만으로도 사람에게서 풍겨지는 향기가 있다. 좋은 향기를 간직해 오래 기억되는 사람,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 관객과 만나고 있었다.
 
감독의 이름은
아리야 춤싸이 Areeya Chumsai. 매력적일거라 생각했는데 직접 만나보니 예감이 적중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탓에 영어와 태국어가 유창하다. 공부든 경력이든 백그라운드가 자신의 삶에 힘을 싫어줄 것이다. 5년이란 시간동안 좋아하는 일에 매달린 열정 또한 높은 점수를 줘야 할 것이다.

(역시나 남의) 집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본다. 미스 타이랜드, 모델, 작가, 영어 선생, 공군 장교 등 경력도 다양하고 이채롭다. 그 중 미스타이랜드에 관한 경험이 재미있다. 톰보이처럼 자랐으면서 좋아하지도 않는 미인 대회에 나가 1등을 해 왕관을 쓴 모습을 사람들을 아직도 기억한다며, 미인 대회에서 받은 상금은 다 써 버렸고, 차는 팔아 버렸다나 어쨌다나하는 뒷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었다.

두 감독의 모습을 보며, 자기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기분이 좋아졌다. 누구라도 자기 삶을, 자기 길을 열심히 걸어가는 사람을 보면 기분 좋아질 것이다.

Posted by 트래블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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